거침 없는 도전정신 눈밭을 헤쳤다

제7구간 대관령∼닭목령(14㎞)

눈앞에 펼쳐진 '설국' 진경

대원 77명 7시간 눈밭 산행

고루포기산 정상서 산신제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의 기축년(己丑年) 새해 첫 산행은 행운의 숫자 '77'로 시작했다. 모두 77명의 S&T그룹 가족이 백두대간의 기(氣)를 받고자 차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오전 4시 마산에서 출발한 버스는 4시간 넘게 달려 산행 출발지인 대관령에 당도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설국(雪國)'을 연상케 했다. 눈에 보이는 곳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마치 눈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말로만 듣던 대관령 황태 덕장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왔다. 겨울철 대관령 대표 먹을거리인 황태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한 백두대간 종주팀은 해발 865m의 대관령 준공비에서 간단한 사진촬영 후 9시 30분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그칠 줄 모르고 하얀 눈이 내렸다. 포근한 날씨 덕분에 염려했던 눈보라는 없었다. 서설(瑞雪)이라 그런지 발이 푹푹 빠지고 길이 미끄러워도 기분은 상쾌했다. 첫 목적지인 능경봉(1123.1m)까지 1.8㎞ 구간은 가파른 경사길로 산행 30분 정도 지나자 이마와 등줄기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행여 눈길에 미끄러질까? 앞사람의 발자국 따라 한발 한발 옮기는 발걸음이 마치 백사장을 걷는 듯 힘들었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앞선 산행에서 터득한 '걷지 않으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1시간 남짓 올랐을까? 마침내 첫 목적지인 능경봉 정상에 올랐다. 능경봉은 강릉과 멀리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하늘은 우리에게 그런 즐거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종주팀은 이번 구간 최고봉인 고루포기산(1238.3m)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출발부터 시작된 눈은 좀처럼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능경봉에서 고루포기산까지 거리는 6.2㎞로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어 가장 힘든 구간이다. 이정표에 고루포기산 1.4㎞로 표기된 지점부터 급경사 길로 숨이 턱턱 막히고 발걸음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대관령 전망대를 코앞에 두고 배낭을 내려놓았다.

이미 선두는 고루포기산 정상에 다다를 시간인데 후미 그룹은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 조각과 간단한 비상식량으로 끼니를 때웠다. 이미 고루포기산 정상에 도착한 선두에서 긴급한 연락이 왔다. 산신제를 지내야 하는 데 산신께 바칠 제물을 후미에서 보관 중이라 산행을 재촉했다.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할 겨를도 없이 내달렸다.

고루포기산 정상에 모인 종주팀은 박재석 팀장의 집전으로 백두대간 대장정의 무사함과 경제 위기로 촉발된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었다. 도착지인 닭목령(재)까지는 6㎞로 거의 내리막길이다. 지루할 정도로 내리막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등산화 바닥에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길이 미끄러워 한발 한발 내딛다 보니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더 걸려 목적지인 닭목령에 당도했다. 산신제를 지낸 탓인지 77명 모두 아무런 탈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산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눈(雪)이었다. 누군가 말했듯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눈보다 훨씬 많은 눈을 경험한 것이다. 이날 7시간의 산행 동안 흙이나 아스팔트 길을 전혀 밟지 못한 진기록을 남겼다.